청정에너지

천연가스 개질을 통한 그레이·블루 수소 생산 구조 분석

mosswave-info-blog 2025. 11. 18. 20:19

1️⃣ 왜 아직도 ‘천연가스 개질’이 수소 생산의 주력인가

수소 이야기를 하면 그린 수소가 가장 이상적으로 들리지만, 현실에서 사용되는 수소의 대부분은 여전히 천연가스 개질(Steam Methane Reforming, SMR) 로 생산된다. 이 방식은 공정이 성숙하고 설비가 잘 구축되어 있어, 단위 수소당 생산 비용이 가장 낮은 기술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CH₄)은 수소 원자를 네 개나 가지고 있는 분자다.
이를 고온·고압에서 수증기와 반응시키면 수소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다. 정유공장, 암모니아 공장, 메탄올 공장 등 기존 화학 플랜트 인프라와도 잘 맞기 때문에 “새로운 공정”이 아니라, 기존 산업의 일부로서 수소를 생산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명확하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가 대량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같은 SMR 공정이라도, CO₂를 포집하지 않고 그대로 배출하면 그레이 수소, 포집·저장(CCS)을 결합하면 블루 수소로 구분하게 된다.

천연가스 개질을 통한 그레이·블루 수소 생산 구조 분석

2️⃣ 스팀 메탄 개질(SMR)의 기본 구조 — 수소가 만들어지는 경로

천연가스 개질 공정의 핵심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 개질 반응(Reforming)
    • 메탄과 수증기를 800~900℃ 고온, 니켈 촉매 하에서 반응시켜 합성가스(수소 + 일산화탄소 + CO₂) 를 만든다.
    • 대표적인 반응식은 다음과 같다.
      • CH₄ + H₂O → CO + 3H₂
      • CH₄ + 2H₂O → CO₂ + 4H₂
  2. 전환 반응(Shift Reaction)
    • 개질기에서 나온 가스에는 CO(일산화탄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 이를 다시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 생산량을 한 번 더 끌어올린다.
      • CO + H₂O → CO₂ + H₂
  3. 정제(PSA, Pressure Swing Adsorption)
    • 전환 반응 후의 가스에는 H₂, CO₂, 잔류 CO, CH₄ 등이 섞여 있다.
    • 흡착제를 이용해 CO₂, CO, CH₄ 등을 제거하고 순도 99.9% 수준의 수소를 뽑아낸다.

이렇게 얻어진 수소는 공정 가열, 화학 원료, 연료전지용 등으로 사용되고, 남은 CO₂는 굴뚝을 통해 배출되는 구조다.
바로 이 형태가 우리가 말하는 전형적인 그레이 수소 생산 구조다.

 

3️⃣ 그레이 수소 — 값싸지만 탄소 발자국이 큰 수소

그레이 수소(Grey Hydrogen) 는 천연가스를 개질하여 수소를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CO₂를 별도로 처리하지 않고
대기 중으로 그대로 방출하는 수소를 말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분명하다.

  • 이미 구축된 SMR 플랜트를 그대로 활용 가능
  • 설비 투자비(CAPEX)가 상대적으로 낮음
  • 운전 비용(OPEX)도 다른 방식에 비해 경제적

그래서 현재 전 세계 상업용 수소의 70% 이상이 그레이 수소 형태로 생산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탄소중립 관점에서 보면, 그레이 수소는 “수소라는 이름의 화석연료” 에 가깝다. 메탄 개질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 외에도, 가스 채굴·운송 과정에서의 메탄 누출(Methane Leakage) 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온실가스 영향은 더 커진다.

결국 그레이 수소는 단기적 비용·운영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탄소중립 시대 장기 전략에는 맞지 않는 과도기적 형태로 평가된다.

 

4️⃣ 블루 수소 — SMR에 CCS를 더한 ‘저탄소 수소’

블루 수소(Blue Hydrogen) 는 기본적인 수소 생산 방식은 그레이 수소와 동일하지만, 공정 중 또는 굴뚝에서 나오는 CO₂를 포집·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하거나 활용(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하는 구조를 가진다.

CO₂를 포집하는 위치는 크게 두 가지다.

  1. 공정 가스에서 직접 포집
    • SMR와 전환 반응 후의 가스는 CO₂ 농도가 높기 때문에 여기에서 CO₂를 분리·포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2. 연소 배가스에서 포집
    • 개질기를 가열하기 위해 사용하는 연소용 버너 쪽 배기가스에서 CO₂를 포집하는 방식이다.
    •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처리 비용이 더 들지만, 전체 플랜트 배출을 더 폭넓게 커버할 수 있다.

포집된 CO₂는 압축·냉각해 액체 상태로 만들고, 지하 깊은 염수층이나 고갈 유전, 가스전에 지중 저장하거나, 화학 원료로 재활용하는 CCUS 프로젝트와 연계하기도 한다. 블루 수소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장점
    • 기존 SMR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탄소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음
    • 그린 수소에 비해 단기 비용이 낮고, 대량생산 경험 축적이 쉬움
  • 한계
    • CO₂ 포집 설비 추가로 CAPEX·OPEX 상승
    • 포집 효율이 100%가 아니므로, 완전한 탄소중립은 아님
    • CO₂ 운송·저장의 장기 안전성, 사회적 수용성 이슈

즉, 블루 수소는 그레이 수소와 그린 수소 사이의 “전환 단계” 로 보는 시각이 많다. 완벽히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지금 당장 대규모 감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브릿지 솔루션’ 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5️⃣ 그레이에서 블루, 그리고 그린으로 — 전환 경로의 의미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보면, 그레이 수소 → 블루 수소 → 그린 수소로 가는 단계적 전환 경로가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현실적인 고려가 담겨 있다.

  1. 단기간에 모든 수소를 그린 수소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 재생에너지 설비, 수전해 장치, 송배전망 모두 시간이 필요하다.
  2. 이미 존재하는 SMR 플랜트를 무시할 수 없다
    • 막대한 설비 투자와 인프라가 걸려 있어, 이를 한 번에 폐쇄하는 것보다 CCS를 붙여 블루 수소로 전환하는 것이 실용적이다.
  3. 정책과 탄소가격이 방향성을 결정한다
    • 탄소세·배출권 가격이 높아질수록 그레이 수소의 경제성은 떨어지고, 블루·그린 수소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진다.

따라서 천연가스 개질 기반 수소는 “사라져야 할 과거 기술”이 아니라,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업그레이드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대상에 가깝다. 그레이 수소를 그대로 두는 순간 탄소중립은 요원하지만, 이를 블루 수소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인 가속 전략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선택 자체가 아니라, 각 기술을 언제·어디까지 활용하고, 언제 그린 수소로 넘겨줄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