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수소, 쓰레기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적 가능성
1️⃣ 버려지던 쓰레기가 ‘수소 자원’으로 재탄생한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으로 향하면서 에너지 공급 방식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수전해 기반 그린수소만으로는 2050년 목표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국은 새로운 수소 생산원을 탐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시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 농업 부산물, 하수 슬러지처럼 그동안 처리 비용만 발생시키던 폐기물이 바이오 수소(Bio Hydrogen) 로 재조명되고 있다.
기존에는 소각·매립으로 처리되던 유기성 폐기물은 CO₂,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 폐기물엔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는 유기물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으며, 바로 이 점이 바이오 수소 생산의 핵심 기반이 된다. 도시가 배출하는 쓰레기 자체가 새로운 에너지원이자 수소 산업의 공급 자원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2️⃣ 바이오 수소의 원리 — 미생물이 만드는 수소
바이오 수소 생산은 생물학적 공정으로 이루어지며, 대표 기술은 어두운 발효(Dark Fermentation) 와 광발효(Photo Fermentation) 두 가지다.
✔ ① 어두운 발효(Dark Fermentation)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수소가 발생한다. 음식물 쓰레기, 하수 슬러지 등 도시 기반 폐기물에 가장 적합하며, 반응 속도가 빠르고 시스템 구성도 단순해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술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유기물의 분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열·산·효소 전처리 기술이 병행되며 수소 생산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 ② 광발효(Photo Fermentation)
빛을 이용해 광합성 미생물이 유기산을 분해하며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수소 수율이 매우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규모 광공급 시스템과 온도·광량 제어가 필요해 아직은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두 방식 모두 공통적으로 미생물 대사 경로 제어·배양 조건 최적화·전처리 기술 고도화가 핵심이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미생물의 대사 흐름을 분석하고 수소 생산 반응을 극대화하는 연구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3️⃣ 바이오 수소의 강점 — 쓰레기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
바이오 수소는 기술적 완성도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이 기술이 가진 진정한 가치는 도시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수소를 생산한다는 점에 있다.
✔ 폐기물 처리 문제 완화
음식물 쓰레기, 농업 폐기물, 축산 폐수, 하수 슬러지 등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처리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매립·소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크게 줄어 탄소 감축 효과가 명확하다.
✔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수소 생산
바이오 수소 공정은 전체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매우 낮다. 특히 하수 슬러지 기반 바이오 수소는 탄소중립에 가까운 공정으로 평가된다.
✔ 지역 단위 분산형 생산 가능
대규모 플랜트 없이도 도시 단위, 산업단지 단위에서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수소 파이프라인·운송 비용 부담을 줄이고 지역 에너지 자립도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
✔ 에너지 안보 강화
해외 수입 자원 없이 지역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국가적·도시적 에너지 안보가 탄탄해진다.
즉, 바이오 수소는 “환경 문제 해결 + 에너지 공급”이라는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전략적 기술이다.
4️⃣ 현재 기술적 한계 — 하지만 빠르게 극복되고 있다
바이오 수소는 잠재력이 매우 크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 낮은 수소 생산 수율
천연가스 개질(SMR)이나 수전해 대비 단위 투입량 대비 생산량이 낮다.
✔ 폐기물 조성의 불균일성
음식물 쓰레기나 하수 슬러지는 성분이 일정하지 않아 반응 최적화가 어렵다.
✔ 대규모 플랜트 구현의 어려움
미생물 기반 시스템은 온도·pH·농도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안정성 유지가 까다롭다.
✔ 불순물 처리 문제
발효 과정에서 CO₂, H₂S 등 불순물이 발생해 추가 정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AI 기반 대사 최적화 기술, 효소 촉매 반응 고도화, 고농도 전처리 기술 개발로 생산 효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실증 플랜트 규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즉, 기술적 과제는 충분히 해결 가능한 단계에 와 있다는 의미다.
5️⃣ 바이오 수소의 미래 — ‘도시형 수소 플랜트’ 시대
바이오 수소는 단순한 대체 생산원이 아니라, 미래 도시가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
- 음식물 처리장 + 바이오 수소 모듈
- 하수처리시설 + 수소 생산 설비
- 농업단지 + 발효 기반 수소 플랜트
이렇게 결합되면 도시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공급하는 순환형 에너지 생태계로 변화한다. 일본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하루 수천 Nm³ 규모의 바이오 수소 실증 플랜트가 운영 중이며, 한국도 일부 지자체가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 실증에 착수했다. 2050년 탄소중립 사회에서는 수전해·개질 생산뿐 아니라 바이오 수소 같은 지속형·분산형 생산 기술이 핵심 축이 된다. 쓰레기를 줄이고, 탄소를 줄이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 바이오 수소가 가진 가장 크고 지속적인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