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 수전해 기술의 현재와 미래 — 부식 문제와 효율의 경계
1️⃣ 바닷물이 ‘직접 수전해의 원료’가 되려는 이유
청정수소 생산에서 핵심은 비용과 물 공급의 지속성이다.
일반적인 그린수소 생산 방식은 담수 기반 PEM·알칼라인 수전해를 활용한다. 하지만 담수는 지역 편차가 크고, 대량의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규모 수소 프로젝트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 담수 생산 비용 증가
- 지역 물 부족 문제와의 갈등
- 수소 생산량 증가에 따른 담수설비 확충 부담
반면 **해수는 지구 전체 수자원의 97%**를 차지한다. 해수 수전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물 문제’를 해결하며 청정수소 생산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특히 바닷가 인근 국가(한국, 일본, 중국, 호주)는 “해안 수전해 플랜트 → 해상풍력 연계 → 대규모 수소 생산” 이라는 새로운 산업 구조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연구기관들은 해수 수전해를 그린수소의 잠재적 게임체인저로 보고 있다.

2️⃣ 해수 수전해가 어려운 이유 — 핵심 문제는 ‘부식’과 ‘선택성’
바닷물을 그대로 분해하는 기술은 단순하지 않다. 해수에는 염화물(Cl⁻) 과 미네랄, 유기물, 부유입자가 포함되어 있어 전극과 촉매에 문제를 일으킨다.
🔸 ① 염소 발생 반응(ClER) 문제
전기분해 과정에서 물보다 염소 이온이 먼저 반응해 염소가스(Cl₂) 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인체·환경에 위험하고 전극 소재를 빠르게 손상시킨다.
🔸 ② 염분 기반 부식(Corrosion)
해수의 염분 농도는 약 3.5%이며, 이 이온들이 전극과 셀 내부에 침투해 강한 부식반응을 일으킨다.
결국 장기 가동이 어렵고 유지보수비가 증가한다.
🔸 ③ 효율 저하
해수 내 불순물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킨다.
- 전류 효율 감소
- 산소 발생 반응(OER) 경쟁 반응 증가
- 전극 촉매의 표면 오염
- 스케일(Scale) 형성으로 인한 수명 단축
즉, 해수를 ‘그대로’ 전기분해하면 효율이 떨어지고, 장비가 손상되며, 비용이 증가한다. 그래서 현재 연구의 핵심은 “부식·선택성 문제를 해결하는 촉매·전극 기술”에 집중되어 있다.
3️⃣ 현재의 해수 수전해 기술 — 3가지 접근 방식
세계 연구기관들은 크게 세 가지 기술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 ① 해수 전처리 → 기존 수전해 시스템 적용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다. 해수를 직접 분해하지 않고 역삼투(RO), 정전기식 필터, 이온교환막 등을 적용해 담수 수준으로 정제한 뒤 기존 PEM·AWE 장비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장점
- 기술성숙도 높음
- 기존 설비 그대로 활용 가능
- 안정성·효율 모두 담수 기반과 동일
단점
- 전처리 비용 및 에너지 소모 증가
- 완전한 “직접 해수 수전해”라고 보기 어려움
✔ ② 염소 선택적 차단막(Cl⁻ Blocking Membrane) 기술
전기분해 셀에 염소 이온을 통과시키지 않는 막을 적용해 염소 발생 반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차단막 기술
- 음이온 교환막(AEM) 업그레이드 버전
- 전자구조 기반 Cl⁻ 반발형 나노막
- 다층 구조의 하이드로겔 막
장점
- ClER(염소 발생) 방지
- 부식 속도 감소
- 폐수 발생량 감소
단점
- 아직 수명·내구성 부족
- 제조 비용이 높음
✔ ③ 촉매·전극 자체를 해수 내구형으로 개발
가장 혁신적인 방식이다. 전극의 소재 자체를 해수 환경에서 안정적인 구조로 바꾸는 방식이다. NiFe 기반 촉매, CoMo, RuO₂, Ti 기반 전극 등이 대표적이다.
효과
- 부식 억제
- 반응 선택성 증가
- OER 반응 효율 향상
- 염소 경쟁 반응 최소화
단점
- 대량생산·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
- 촉매 단가가 아직 높음
이 세 가지 접근 방식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발전 경로로 평가된다.
4️⃣ 글로벌 연구 현황 — 누가 해수 수전해 경쟁을 이끌고 있는가
전 세계에서 해수 수전해 기술 경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 산둥대·칭화대 연구진: 전극 부식률 97% 감소 기술 개발
- 해수 직접 수전해 효율 47 kWh/kg 수준까지 도달
- 일부 지역에서 해수 수전해 + 해상풍력 결합 실증 진행 중
일본
- JERA, 도쿄공업대: 해수 사용량 90% 절감형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 나트륨 제거 필터 기반 염소 발생 억제 기술 실증
미국(스탠퍼드·MIT)
- 바닷물에서 직접 산소 발생 반응 우선 제어 기술 개발
- 염소 발생 없이 안정적 수전해 가능성 제시
- 촉매 열화 속도 기존 대비 5배 이상 개선
한국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고내구성 비귀금속 촉매 기반 해수 수전해 전극 개발
- 울산·여수 중심으로 해상풍력 연계 가능성 연구
- POSCO·두산·한화 등이 참여하여 상용화 전략 검토
해수 수전해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각국은 이미 “차세대 그린수소 기술”로 보고 투자하고 있다.
5️⃣ 해수 수전해의 미래 — 어디까지 가능할까
해수 수전해는 아직 상용화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2030년 전후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예상된다.
🔹 ① 물 문제 해결
대규모 그린수소 프로젝트에서 ‘담수 확보 비용’이 사라진다.
이는 사막·해안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부지 활용을 크게 높인다.
🔹 ② 그린수소 생산 비용 절감
현재 그린수소 가격: 4~7 USD/kg
해수 전처리 기반 시스템 적용 시: 3.5~5 USD/kg까지 가능
직접 해수 수전해 상용화 시: 3 USD/kg 이하 잠재력
🔹 ③ 해양·해상풍력과의 궁합
해상풍력 → 해수 수전해 → 액화수소 → 수소 운송 이라는 새로운 공급망이 열린다.
한국·일본·영국은 모두 “해상풍력 × 해수 수전해 × 수소 생산” 을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명시하고 있다.
🔹 ④ 촉매 혁신과 내구성 개선
향후 5~10년 동안 전극 수명, 부식방지 기술, 선택적 촉매 기술이 발전하면서 효율·내구성·비용이 동시에 개선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