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Rapid Gas Decompression Blistering – 수소가 만든 보이지 않는 “내부 폭탄”
수소 환경 고무에서 가장 전형적인 모드는 **RGD(급가스감압 기포 파손)**이다.
고압(예: 700bar급)에서 장시간 노출된 O-ring 내부에는 수소가 고용·확산되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진다. 이때 감압을 빠르게 진행하면,
- 고무 매트릭스 내부 국부 영역에서 기포가 핵생성 → 미세 기포들이 서로 연결되며 내부 박리
- 겉보기에는 멀쩡한데, 단면 절단 시 스펀지처럼 구멍이 촘촘히 분포한 형태가 관찰된다.
재질별 특징은 다음과 같다.
- EPDM: 유리전이온도가 낮고 매트릭스가 비교적 연성이라 기포가 커지면서도 바로 깨지지 않고 “기포 + 부풀어 오른 영역”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 HNBR: 내유성 개질 때문에 매트릭스가 상대적으로 단단해 표면 쪽으로 길게 찢어진 균열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다.
- FKM: 수소 용해도는 낮지만 확산속도가 느려, 한 번 포화되면 국부 박리(레이어 박리)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방 설계 포인트는 △감압 속도 프로파일 관리 △O-ring 단면 직경 축소(두꺼울수록 RGD 취약) △전용 RGD 등급 컴파운드 사용 등이다.
2️⃣ Low-Temperature Micro-Cracking – 유리전이 경계에서 생기는 “눈에 안 보이는 균열”
수소 인프라에서는 -40℃ 이하 환경이 드물지 않다. 이 온도 영역에서 O-ring이 반복 하중을 받을 때 나타나는 모드는 표면 미세 균열의 누적이다.
- EPDM: 일반 EPDM은 저온 탄성 회복이 좋지만, 충전제(카본블랙, 실리카) 배합에 따라 -40℃ 근처에서 표면이 유백색으로 변하며 헤어라인 크랙이 생긴다.
- HNBR: 수소화로 내열성은 개선되지만, 저온 유연성은 EPDM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저온·고주기 펄싱 조건에서 크랙 발생률이 가장 높다.
- FKM: 저온 등급이 아니라면 -20℃ 이하에서 이미 탄성이 급격히 줄어, 실질적으로 금속 와셔처럼 거동하는 구간이 생긴다.
이 모드는 육안으로는 잘 안 보이고, 압력 사이클 후 누설량만 서서히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설계 단계에서 재질 선정 시 유리전이온도(Tg) +10~15℃ 이상에서 운전하도록 온도 여유를 확보해 두는 것이 핵심이다.
3️⃣ Compression Set Over-Time – “새 제품은 괜찮았는데 1년 후에만 새는” 현상
수소 시스템의 누설민감도는 극단적으로 높다. 그래서 압축영구변형(Compression Set)이 조금만 증가해도 바로 누설로 이어진다.
- EPDM: 장시간 온도·압력 하중을 받으면 탄성 회복보다 체적 팽윤 쪽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경향이 커져, 단면이 “납작한 타원”으로 변한다.
- HNBR: 오일·그리스와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유체 흡수 + 열노화가 겹치면서 초기 설계보다 10~20% 더 큰 압축세트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 FKM: 내열성은 우수하지만, 고온에서 장시간 수소와 접촉하면 일부 등급에서 크로스링크 재배열로 경도가 올라가며 Set 증가가 관찰된다.
실무 관점에서는 단순히 “70℃ 24h 압축세트” 수치만 보지 말고,
실제 운전 온도·시간·압력 프로파일을 반영한 사내 가속시험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4️⃣ Swelling & Chemical Interaction – 수소만 보는 게 아니라 “동반 가스/오일”도 봐야 한다
현장 수소는 순수 H₂만 있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CO₂, CH₄, 잔류 오일 등이 함께 존재하면,
O-ring은 복합 팽윤 + 가소화를 경험한다.
- EPDM: 비극성 유체에 비교적 강하지만, 극성 첨가제가 포함된 오일과 만나면 표면이 점착성을 띠며 팽창할 수 있다.
- HNBR: 내유성은 좋지만, 특정 아로마틱 계열 오일과 고온 수소가 겹치면 경도 저하 + 인장강도 감소가 크다.
- FKM: 많은 용제에 강하지만, 아민계 세정제·첨가제와 반응해 체인 절단이 일어나면 표면이 분말처럼 부스러지는 케이스가 있다.
따라서 “수소용 O-ring”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동반 유체 리스트와 온도 조건을 같이 묶어서 재질을 선택해야 한다.

5️⃣ Extrusion & Nibbling – 고압 수소용 그루브의 “미세 절삭”
고압 차단 밸브나 체크 밸브에서 자주 보이는 모드는 그루브 갭으로의 압출 + Nibbling 파손이다.
- 압력 상승 시 O-ring 일부가 클리어런스 갭으로 밀려 나가고,
- 반복 사이클에서 그 부분이 미세하게 잘려 나가며 치핑(Chipping) 이 형성된다.
EPDM·HNBR·FKM 모두에서 나타나는 공통 모드지만,
경도가 낮고 탄성이 높은 EPDM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난다.
예방 설계 팁:
- 갭을 줄이는 대신 Back-up Ring(PTFE, PEEK 등)을 적극 사용
- 고압 구간에는 고경도(75~90 Shore A) 등급 사용
- 그루브 모서리를 R 처리하여 국부 전단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6️⃣ Molding Defect Assisted Failure – 파팅라인·냉각자국이 만든 “취성 균열”
카탈로그 스펙과 별개로, 실제 금형·성형 조건에서 발생하는 결함이 수소 환경에서 증폭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 패턴은 다음과 같다.
- 파팅라인 부근에 형성된 미세 기공/용융 불량 → 고압 수소 투과가 집중 → 라인을 따라 균열 진행
- 게이트·냉각자국 주변의 경도·밀도 불균일 → 압축 변형이 국부적으로 커지고 균열 시작
EPDM·HNBR보다 수축률이 큰 FKM 컴파운드에서 이런 현상이 눈에 잘 띈다.
따라서 수소용 O-ring은 금형 설계·검사 기준까지 같이 관리해야 한다.
단순 치수 합격품이라도, X-ray 또는 CT로 내부 결함을 샘플링 확인하면 장기 트러블을 크게 줄일 수 있다.
7️⃣ Hybrid Thermal–Mechanical Fatigue – 온도 사이클을 탄 피로 균열
수소 인프라에서는 온도와 압력이 동시에 사이클링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충전 시 -40℃ → 주변온도로 회복, 동시에 0 → 700bar 사이클이 반복된다.
이때 나타나는 모드는,
- 저온에서 고무가 경직된 상태로 압축
- 압력이 올라가면서 내부 전단 변형 집중
- 이후 온도가 올라가며 탄성 회복 시 내부 전단 균열이 한 번에 열리는 형태
현미경으로 보면 층간 박리 + 피로균열이 혼합된 Hybrid 모드이며,
EPDM·HNBR·FKM 모두에서 나타나지만, Tg가 상대적으로 높은 HNBR·일반 FKM 등급에서 빈도가 높다.
설계 단계에서 온도/압력 사이클을 분리해 생각하지 말고,
“Temperature–Pressure 사용 맵”을 그려 O-ring이 가장 취약한 조합을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8️⃣ Surface Degradation Assisted Leakage – 표면 조도와 시트 상태가 만든 누설 경로
O-ring 자체 문제가 아니라 접촉면(그루브, 시트)의 표면 열화 때문에 생기는 모드도 있다.
- 반복 탈착으로 금속 시트에 핀홀 수준의 스크래치가 생기고,
- 수소가 이 부분으로 우선 침투하면서 O-ring 접촉면을 따라 “가스 채널”을 형성한다.
재질별로 보면,
- EPDM: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시트의 미세 결함을 어느 정도 따라가며 메꿈
- HNBR: EPDM보다는 단단해, 스크래치가 심할 경우 직접 누설 경로 형성
- FKM: 표면 에너지가 낮고 금속과의 마찰계수가 작아, 슬립이 발생하면서 국부 미끄러짐 마모가 동반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간단한 해결책이지만 현장에서 종종 빠지는 포인트가 바로 시트 Ra 관리 및 버어 제거, 코팅 적용이다.
9️⃣ Hydrogen-Specific Aging – 수소 확산이 만든 “비정형 노화”
마지막은 아직 완전히 메커니즘이 정량화되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서 반복 관찰되는 패턴이다.
장시간 수소 환경에 노출된 O-ring을 분석하면,
- 표면 경도는 거의 변하지 않는데 내부 경도 프로파일이 비균일해지는 경우
- DSC로 보면 유리전이 피크가 넓게 퍼지거나 복수 피크로 분리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수소가 고무 내부에 장기간 머물며,
- 국부적인 크로스링크 재배열
- 가소제·저분자 첨가제의 선택적 이동·용출
을 유발한 결과로 해석된다. EPDM·HNBR·FKM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첨가제가 많은 범용 EPDM 등급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관찰된다.
이러한 수소 특이 Aging은 겉으로 큰 균열이 없더라도,
압축세트·피로수명·RGD 민감도에 서서히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장기 운전 설계에서는 “재질 자체의 노화 곡선”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