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글로벌 수소 표준 전쟁, 왜 중요해졌는가
수소 경제가 본격적으로 확장되면서 국제 표준은 단순한 기술 문서가 아니라 시장 지배력과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규칙으로 자리 잡았다. 각국은 자체 기술 보호와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표준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고, ISO(국제표준화기구)와 IEC(국제전기표준회의)는 이러한 산업 경쟁을 조율하는 중심 축이 되고 있다. 실제로 국제 수소 시장에서 공급망, 인증, 안전 규정은 국가 간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보장하는 필수 요소다.
특히 ISO TC197(수소 기술) 과 IEC TC105(연료전지) 는 전 세계 수소 산업의 기본 규칙을 제정하는 핵심 기술위원회로, 생산·저장·운송·충전·연료전지 시스템까지 전주기 전반에 걸친 표준을 관장한다. 표준을 선점한 국가는 해당 기술의 글로벌 레퍼런스를 형성하고 시장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표준화 경쟁은 무역 장벽을 형성하는 “기술 패권의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 ② ISO TC197: 수소 기술 분야의 핵심 표준 구조
ISO TC197은 수소의 생산부터 최종 사용 단계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며, 수소 산업 생태계의 가장 핵심적인 규격을 제정한다.
핵심 표준은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 ISO 14687: 연료전지용 수소 품질 기준
- 자동차·발전·모빌리티용 수소 품질을 규정
- 수소 내 불순물 기준이 엄격하며, 충전소·생산시설 품질 관리의 기준이 된다
- ISO 19880 시리즈: 수소 충전소 안전 규격
- 설계·시공·운영·검증까지 포함하는 세계적 표준
- 700bar급 수소충전소 구축 시 사실상 필수 규격으로 활용
- ISO 21087: 수소 분석 방법
- 수소 품질 규정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측정 절차 표준화
- ISO 16111: 금속 수소 저장 용기 규격
- 소형 휴대용 저장 시스템을 위한 안전요건 규정
이 표준의 목적은 국가마다 다르게 운영되는 규제를 통합해 수소 제품·설비의 글로벌 호환성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ISO 14687과 ISO 19880은 전 세계 충전소 인증의 사실상 공통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 ③ IEC TC105: 연료전지 기술의 구조·성능·안전성을 규정하는 체계
IEC TC105는 PEMFC·SOFC·MCFC 등 모든 연료전지 시스템의 구조, 시험, 안전성을 다룬다. 주요 분야는 다음과 같다.
- IEC 62282 시리즈(대표 규격)
- 62282-2: PEMFC 성능 및 시험 방법
- 62282-3: 연료전지 시스템 안전성
- 62282-8: 수소 연료전지 차량용 요구사항
- 62282-6: 소형 연료전지 시스템 안전성
IEC 규격은 ‘전기·전자 관점의 안전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수소 설비의 폭발 위험·전기적 사고·시스템 장애를 고려한 정밀 기준이 포함된다.
특히 연료전지 차량용 규격(62282-8 시리즈) 은 FCEV 산업 성장에 따라 매년 개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 ④ EU·일본·한국의 표준 전략 비교 — 기술 패권 경쟁의 현장
각국은 자국 기술을 국제 표준에 반영하기 위해 전략적 로드맵을 운영한다.
🇪🇺 EU
- 글로벌 수소 허브 구축을 목표
- Fit for 55, REDⅢ 정책과 연계해 ‘그린 수소 정의 및 인증제(Guarantees of Origin)’ 제정
- 표준화를 REPowerEU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
🇯🇵 일본
- 2000년대 초부터 연료전지·수소충전소 분야에서 표준화를 선도
- SAE 기준과 JPEC 규격을 기반으로 ISO 표준 개정에 적극 참여
- FCEV 및 충전 인프라 분야에서 영향력 큼
🇰🇷 한국
- 최근 5년간 ISO/IEC 참여율 급증
- KGS 코드, KS 표준을 국제 규격과 정합성 있게 조정 중
- 국내 수소 산업 기술을 ISO TC197·IEC TC105 국제 회의에서 적극 제안하고 있음
한국은 특히 수소충전소 파일럿 프로젝트 경험(700bar 상용화) 을 국제 표준 제정 과정에서 강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 ⑤ 국제 표준화의 미래 — 수소 인증·탄소 등급·배송 규격이 새로운 기준이 된다
향후 표준화의 중심은 다음 세 가지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 수소 탄소등급(GHG intensity) 표준화
- EU·미국·일본이 각기 다른 기준을 운영 중
- 탄소 배출량 기반의 등급 표준이 글로벌 무역 장벽이 될 것
- ISO 내 ‘탄소발자국 계산’ 표준과 연계 논의 진행
- 수소 인증제의 국제 호환성(Global Hydrogen Certification)
- 수소 생산 방식(그린·블루·그레이) 정의 통합 논의
- 국가 간 수소 거래의 기본 자격 조건이 될 전망
- 대규모 운송 규격(LH2, LOHC, NH₃)
- LR, DNV, ISO 간 규격 통합 논의 증가
- 해상·육상 운송 위험성 평가 기준 강화
국제 표준은 결국 수소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규칙이다. 기술을 잘 만드는 기업보다 표준을 만든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따라서 표준화 전략은 기술 전략과 동일한 가치로 취급되어야 하며, 한국도 ISO/IEC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더 높은 영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